알렉산더 오스킨

영웅이 된 세무원

훈장 이름의 유래-알렉산더 P. 오스킨(Alexander P. Oskin)

제2차 대전 중의 소련군에는 나름 한가락들 하는 유명한 전차 에이스들이 꽤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알렉산더 오스킨은 단 한 번의 전투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린 인물로 그의 전투담은 너무 강렬해서 마치 소설이나 영화 속의 영웅담 같지만, 엄연히 실제의 전공이었다.

그렇다, 그는 자신의 중형전차인 T-34/85 한 대를 끌고 독일군의 중전차 TigerⅡ 3대를 순식간에 격파했던 것이다.

 

 알렉산더 오스킨

평범했던 청년

1920년생인 오스킨의 전쟁 전 생활 역시 다른 나라의 젊은이와 다름없이 평온했다.

코로비노(Korovino)출신의 순박한 시골 청년은 모스크바 상경대학을 졸업하고 국세청의 세무원이 되어 세금 업무를 하는 평범한 나날을 보냈다.

1940년 말에 군에 입대한 오스킨은 전차병이 되어 중앙아시아 군관구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렇게 군 복무가 끝나면 다시 세무원을 하게 되리라 막연히 생각하던 그의 인생은 1941년 6월 22일, 독일의 소련 침공 계획인 ‘바르바로사 작전’이 불뚜껑을 엶으로 인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 거듭되는 부상

전차를 앞세우고 들이닥치는 독일군 앞에 심각한 전차병 부족을 겪던 소련군은 기간 전차병들을 급거 전차장으로 진급시켜 투입하는데, 오스킨도 이런 과정을 거쳐 급거 T-26(게임내 소련 2단계 경전차) 경전차의 전차장이 되었다.

그는 제18 전차연대 소속으로 1941년의 모스크바 방어전에 참가, 전차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다가 10월에 큰 부상을 입게 된다. 부상을 딛고 1942년 7월에 다시 전선에 복귀한 오스킨은 T-34 전차의 무전병 겸 기총수로 근무하며 스탈린그라드 방어전에 참가하게 된다. 동부전선의 전세가 걸린 이 대전투 속을 정신 없이 달리며 싸우던 그의 전차에 독일 항공기가 쏜 기관포탄이 내리꽂혀 작렬한 순간, 그는 다시 부상을 입고 야전병원으로 후송된다. 신은 그에게서 영웅이 될 기회를 뺏고 싶지 않았는지 이 부상에서도 초연히 일어난 오스킨은 정식으로 전차장이 되는 추가 교육을 받으러 폴타바(Poltava) 기갑학교에 입교, 1943년에 수료하게 된다.

1944년 1월에 드디어 전차장으로써 T-34-85(게임 내 소련 6단계 중형전차)를 지휘하게 된 그는 제5 독립 전차 훈련 연대를 거쳐 동년 6월에 제53 근위 전차 여단에 부임, 다시 한번 전투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 맹수 사냥꾼

1944년 8월, 오스킨이 속한 제53 근위 전차 여단은 폴란드로 진군해 독일군과 교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점점 독일을 향해 가까이 전진하는 와중이었고 그런 만큼 독일군의 저항도 점점 거세어졌다.
8월 11일, 여단 지휘부는 오스킨에게 약간의 보병을 수반하고 오글렌두프(Oglenduw) 마을을 정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 지역에 독일군의 활동이 증대했다는 첩보를 직접 확인하려는 것으로 오스킨은 긴급 상황에서 엄호를 받기 힘든 전차 한 대로 이런 명령을 수행하는 게 꺼림칙했지만, 어쨌든 명령은 명령이었다. 그는 보병들을 모아 자신의 T-34-85 전차에 태운 후 지시 받은 마을로 기동했다.

 

T-34-85 오스킨과 전차 승무원오스킨과 그의 T-34-85 전차, 승무원들

 

마을에 도착해 주변을 살핀 오스킨은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대로를 기점으로 보병들에게 주변에 매복할 것을 지시하고 자신의 T-34-85 전차 역시 짚단 뒤에 잘 위장시켜 놓는다. 녹아 내릴듯한 8월의 태양 속에 지루한 기다림이 이어지는 오후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이런 잠시 전쟁을 잊은듯한 나른한 분위기를 깨고 그는 이 마을을 향해 독일군의 전차들이 접근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을을 향해 커다란 몸집을 비틀며 움직이던 독일의 전차들은 해가 지고 점점 어두워지자 일단 그 날의 자력 행군을 멈추고 야영을 준비했다. 어둠 속에서도  그 거대한 몸체가 가려지지 않는 이 전차들은 독일군 제501 중전차 대대 소속의 TigerⅡ(게임 내 독일 8단계 중전차) 중전차들이었다. 원래 제501 중전차 대대의 TigerⅡ는 이 지역에 진입할 때 45대였지만 자력 행군 도중 고장을 일으켜 수리를 받는 차량이 늘어나서 오글렌두프 마을 근처까지 도착한 것은 8대 정도였다.

동부 전선에 거의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TigerⅡ들은 비스툴라(Vistula) 강에 펼쳐진 소련군의 교두보를 일소하러 기동하는 것으로, 일단 현장에 도착하면 소련군에게 큰 피해를 입힐 것이 뻔했다.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오스킨은 일단 독일 전차의 움직임을 감시하며 밤을 보냈다.

다음날인 12일 오전 7시경, 전차장 큐폴라(*주로 전차장용의 출입 해치가 달린 작은 관망탑)에서 전방을 주시하던 오스킨의 눈에 독일군 전차들이 마을을 떠나 이동하려는 모습이 들어왔다. TigerⅡ를 처음 보는 소련군 보병들이나 그의 부하 전차병들 눈에는 이 거대한 ‘히틀러의 전투 기계’의 실루엣이 Panther(게임 내 독일 7단계 중형전차)처럼 보인듯하다. 그러나 오스킨은 이 독특하게 각진 포탑과 경사 장갑을 가진 괴물이 Panther가 아니라 독일의 신형 중전차임을 즉시 깨달았다 오스킨의 눈앞을 지나가는 독일군의 TigerⅡ 중전차 선두는 3대.
그의 T-34-85는 대로를 횡으로 마주보고 완벽히 숨겨져 있었고, 독일군의 TigerⅡ들은 그나마 ‘부드러운’ 차체 측면을 보이며 종대로 이동 중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원래는 잘 숨겨진 특석에 앉아 공군의 지원이나 야포의 포격 지원을 유도해 편하게 이들을 격멸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오스킨은 옆의 속살을 드러낸 이 TigerⅡ들을 직접 공격하기로 결정한다.

 독일군의 중전차 Tiger II독일의 괴물 중전차 Tiger II. 가공할 위력의 주포와 두터운 장갑으로 난공불락의 성채 같았다. 

 

“철갑탄 장전!”


 전차장인 오스킨의 명령이 헬멧의 헤드폰을 울리자 장전수가 85mm Zis-S-53 주포의 주퇴부를 열고 철갑탄을 밀어 넣었다.

“거리 200m!”

 TigerⅡ와의 거리를 산출한 포수의 외침.

“아고이! (발사)”

 오스킨의 명령과 함께 이어지는 폭음. 발사된 85mm 포탄은 대열 두 번째 TigerⅡ의 포탑 측면을 강타했다. 포탑을 직격당한 두 번째 TigerⅡ는 그 자리에 멈춰 서긴 했지만, 폭발음이나 연기도 피어오르지 않았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철갑탄 장전!"

 오스킨은 연이어 두 발의 철갑탄을 두 번째 TigerⅡ의 포탑에 쏘게 했으나 TigerⅡ는 별 반응이 없었고 그는 네 번째 포탄은 차체 후면의 연료탱크가 있으리라 생각되는 곳에 쏘게 했다. 사실 이 TigerⅡ는 초탄이 운 좋게 관통되어 이미 포탑 내의 독일 전차병들이 전사한 상태였지만, 외관으로는 확인이 안 되어 오스킨이 이 고생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두 번째 TigerⅡ의 차체에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기 시작하자 다른 TigerⅡ들도 포탑을 돌리며 자신들을 공격하는 ‘저격수’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포연으로 인한 자욱한 먼지 속에서 짚단 뒤에 잘 숨은 오스킨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고 오스킨의 저격은 계속되었다. 이번엔 첫번째 TigerⅡ로 표적을 바꿔 포탑에 철갑탄 3연사. 포수인 메자이도로프(Mejaidorov)에게 결과를 묻는 오스킨.

“어떻게 됐나?”
“전부 튕겨 냈습니다!”

 실망에 가득한 메자이도로프의 답변이 돌아왔다. 역시 히틀러가 독일을 구원할 결전 병기로 신봉한 TigerⅡ는 그 이름에 상응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전차전에선 코앞이나 다름없는 200m 거리에서 발사된 85mm대의 철갑탄 직격을 모두 도탄 시킨 것이다.

“포탑 링을 노려라, 포탑과 차체 결합부를 쏴!”

 오스킨의 명령에 재 조준을 한 메자이도르프가 주포 발사 페달을 밟자 힘차게 날아가는 4번째 철갑탄. 그의 명령대로 차체 측면 포탑 링에 작렬한 포탄은 TigerⅡ 내부의 포탄(TigerⅡ는 차체 양 측면 쪽에도 포탄을 적재한다.)에 유폭을 일으켰는지 커다란 불길이 포탑 밖으로 치솟아 올랐다. 이렇게 2대의 TigerⅡ가 차례로 오스킨의 제물이 되는 사이 세 번째 TigerⅡ는 아직도 포탄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발견을 못 한데다가 앞에는 아군 TigerⅡ가 주저앉아 있어 앞으로 나갈 방도가 없었다(대로 옆은 듬성듬성 농가가 들어서 있어서 기동에 불리했다). 이 세 번째 TigerⅡ의 전차장은 아군 전차가 불타는 연기로 시계까지 불량인 상황 아래 이 곳을 벗어 나는 게 최선이라 판단, TigerⅡ를 급거 최속 후진으로 빼내기 시작한다.

소련군의 T-34-85 전차(사진은 폴란드군이 사용한 것)오스킨의 전차이기도 했던 T-34-85. 이 85mm 주포 버젼은 1943년부터 등장, 업그레이드를 거쳐 종전 이후까지 소련군의 일선 중형 전차로 활약했고 6.25전쟁때 북한군의 주력 전차이기도 해서 우리와도 사연이 많은 전차다. 사진은 폴란드군이 사용했던 것.

 

“전속 전진! 저 파시스트 중전차의 뒤로 우회한다”

오스킨의 명령에 매복 장소에서 튀어 나오는 T-34-85.
TigerⅡ는 나름 최고 속도로 후진하고 있었지만, 몸이 무거운 중전차인지라 빠르다곤 할 수 없었고, 오스킨의 T-34-85는 TigerⅡ의 포신 사선을 피하며 대로 옆을 따라 달려나갔다. 중형전차인 T-34-85는 느리게 후진하며 포탑을 돌리는 TigerⅡ보다 한발 빠르게 TigerⅡ의 배후로 돌아섰고, 달리며 돌린 포탑이 TigerⅡ의 후면 장갑판을 노렸다.

“발사!”

오스킨의 명령과 함께 근거리에서 발사된 85mm 철갑탄이 TigerⅡ의 상대적으로 얇은 후면 장갑판을 관통해 불을 지르자 이 세 번째 TigerⅡ의 저항도 끝났다. 이렇게 짧은 전투 끝에 알렉산더 오스킨은 TigerⅡ 3대를 격파하고 전차에서 탈출한 독일 전차병 일부를 포로로 잡는다. 중전차도 아닌 중형전차로, 그것도 최신 TigerⅡ를 3대나 잡은 전과는 흔치 않은데다, 제대로 운용된 독일군의 TigerⅡ 중전차들은 1944-45년의 헝가리, 독일 등지에서 소련군에게 큰 피해를 입힌 바 있어서 그의 전과는 더욱 각별하다 하겠다. 그의 놀라운 전공은 대서특필되며 소련 각지에 홍보되었고 그 결과로 소련 연방 영웅 금성 훈장을 수여 받게 된다.

평범한 세무원으로 살 뻔했던 오스킨의 인생은 이렇게 전쟁으로 인해 급변해서 그는 전후에도 기갑병과 지휘관으로 남아 1960년대까지 근무하게 된다. 

 

'월드 오브 탱크’에서의 오스킨 훈장

오스킨 훈장
[오스킨 훈장]

알렉산더 오스킨이 중형전차로 중전차 3대를 격파한 만큼 게임에서도 오스킨 훈장은 중형전차로 2단계 위의 전차 3대를 격파한 유저에게 수여된다.

게임에선 격파한 전차가 2단계 이상이기만 하면 중형전차나 중전차 상관없이 받을 수 있으며 자주포 격파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 한번 타보자!

지난 회의 레베슬라이호 훈장도 그렇듯이, 중형전차로 2단계 위의 전차 3대를 잡는다는 것은 간단한 일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오스킨의 전차이기도 했던 6단계의 T-34-85를 예로 든다면, 오스킨 훈장을 받자면 최소 8단계 전차 3대를 격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8단계만 해도 Pershing, T28 구축전차, PantherⅡ, TigerⅡ, T-44, IS-3등의 강적들이 늘어서 있어서 무작정 달려들 일은 아닌 것이다. 필자도 이런 벽에 부딪쳐(?) 아직 이 오스킨 훈장은 받아본 적이 없는데 그래도 받는 법을 생각해 보자면 역시 지름길은 ‘눈치 보기와 타이밍’이라 하겠다. 이렇게 2단계 이상 차이 나는 전차를 공격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방어력도 방어력이지만, 역시 주포의 공격력이다. 같은 단계의 상대 전차를 만나도 정면을 쏘면 관통이 될까 말까 한 상황인데 거기에 2단계 정도 차이가 난다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방법은 어느 정도 HP가 소모된 2단계 이상 전차를 측면이나 후면에서 공격하는 전술을 생각할 수 있으며 이걸 실현하자면 아군 전차와 함께 기동하며 적절한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2단계 이상 상위 전차를 3대나 잡으려면 정면 도전으로는 자신의 HP가 너무 많이 깎일 테니 실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진다.
바로 상대 전차가 아군과 교전할 때 측면에서 도와주면서 타이밍이 왔다 싶으면 주저할 것 없이 행동하는 것도 중요한데 결국 이런 과감한 행동이 겹치면서 오스킨 훈장을 받을 순간이 가까워 오는 것이다.
희귀한 훈장을 받자면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를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는 운도 작용해 줘야 한다.
먼저 들어간 방에서부터 상위 전차들이 자신보다 2단계 이상 차이가 나고 최소 3대는 있어야 훈장 수여의 필수 조건을 충족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곳에 들어가더라도 ‘아아, 잘못 들어왔다’가 아니라 ‘훈장을 딸 기회가 왔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

그럼 오늘도 어딘가의 전장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겠다. 

 

플래툰(Platoon) 이준규 기자

※ 위의 내용은 외부의 전문가가 작성한 글로,
워게이밍의 의도가 담겨있지 않은 순수 군사/역사에 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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