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리-이한탈라의 영웅
훈장 이름의 유래- 레이노 레베슬라이호(Reino Lehväslaiho)
핀란드라고 하면 일반인이라면 자일리톨 껌과 ‘휘바휘바’를 먼저 떠올리실 테고, 밀리터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줌의 병력으로 소련군의 대군을 물리친 ‘겨울 전쟁’을 떠올릴 것이다.
핀란드는 북유럽의 작은 나라지만, 일마리 유틸라이넨(Ilmari Juutilainen) 같은 뛰어난 전투기 에이스나 대전 동안 700여명의 소련군을 사살해 지금도 저격수 최다 사살 기록을 보유한 시모 헤이헤(Simo Häyhä)를 배출한 걸출한 ‘전투민족’ 국가다.
그런 숨은 강국에 전차 에이스 역시 없을 리가 없고, 그가 바로 레이노 레베슬라이호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았던 탈리-이한탈라(Tali-Ihantala)의 전투에서 활약한 그는 영웅이 되었으며, 핀란드는 이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까지 제작했다.
핀란드에서 제작한 영화 '탈리-이한탈라'의 포스터. 레베슬라이호를 비롯한 핀란드 중전차 중대의 활약이 잘 묘사되어있다. 가동되는 제2차 대전 실물 전차들이 여럿 등장해 전차 매니아라면
이것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는 누구인가?
핀란드에서 태어난 레베슬라이호는 우리에겐 제2차대전 당시 전차병으로서 활약을 펼쳤다는 정도로 알려졌지만, 사실 핀란드에서 그는 ‘국민 작가’로 더 유명하다.
전쟁 후 레베슬라이호는 자신의 산전수전 다 겪은 참전기나 인생 경험 등을 여러 편의 소설이나 수필로 남겼고, 전쟁 영웅이기 이전에 훌륭한 글 솜씨를 가진 그에게 핀란드 대중은 열광하게 된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는 좀 더 다른 방향과 소재의 작품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제2차 대전 초반에 소련의 대규모 침공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핀란드였지만, 정작 소련 측의 압력에 굴복해 국토의 10% 가까이 내놓아야 했던 아픈 사정이 있었고, 소련은 여전히 핀란드에 대해 야심을 갖고 있었다. 제2차 대전도 말기로 접어든 1944년 6월, 작가이자 전차병인 레베슬라이호가 활약하게 된 무대는 탈리-이한탈라(Tali-Ihantala) 전투였다.
탈리-이한탈라 전투에 투입된 핀란드군 병사. 독일이 원조한 M35 헬멧을 쓰고 판저 파우스트로 무장해 얼핏 독일군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핀란드군 병사들이다.
■ 격전의 불꽃이 올라가다
제2차 대전 개전 후 핀란드를 다시 건드리기 시작한 소련군이었지만, 양측은 참호에 틀어박힌 채 소규모의 전투 행동만을 하는 정도였고 이는 소련군이 자국을 침공해온 독일군과 싸우느라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인 탓이 컸다. 그러나 1944년쯤 되자 독일군도 밀리는 상황이 되고, 슬슬 여유가 생기자 눈 위의 혹 같은 핀란드를 일거에 밀어버릴 생각이 든 스타브카(소련군 최고 사령부). 이는 1944년 6월 초로 다가온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맞춰 동부 전선에서도 대공세를 취해주겠다는 스탈린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기도 했다.
1944년 6월 9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실시된 직후에 소련군은 레오니드 고보로프(Leonid Govorov)원수의 레닌그라드 방면군 소속 제21군, 제23군을 앞세워 대공세를 시작한다. 핀란드군은 중과부적의 병력과 장비로 용감히 버텼지만, 역시 물량의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6월 중순에 VT 방어선(밤멜스-타이팔레 Vammelsuu-Taipale 지역에 걸친 방어선)을 버리고 후퇴하게 된다. 핀란드는 칼 만네르하임(Carl Mannerheim) 원수가 앞장서서 독일에 지원을 요청하게 되나 서방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독일군은 대전차 자주포 여단과 약간의 물자를 보내주는 것으로 체면치레만 하게 된다. 핀란드가 전투를 종식하고자 소련 정부에 제시한 화평협상에도 초반의 승세로 기세등등해진 소련은 ‘지고 있는 주제에 무슨 잠꼬대냐. 항복이나 받겠다’ 는 회답을 보내고 ‘자존심의 화신’ 핀란드는 이를 거절하게 된다. 협상도 거부하고 막대한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소련의 공세 앞에 핀란드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진다.
■ 영웅의 자리
당시 핀란드군은 VT 방어선을 버리고 VKT 방어선(비푸리-쿠파르사리-타이팔레 Viipuri-Kuparsaari-Taipale 를 연결하는 방어선)을 새로 형성해 전열을 가다듬은 상황이었지만, 상황은 영 좋지 않았다. 6월 20일이 되자 소련군은 핀란드군의 거점인 ‘탈리(Tali)’라는 마을을 향해 대량의 폭격과 포격으로 다시 공격을 속개했다. 그 지역의 핀란드군은 소련군에 비해 3:1의 병력 열세에 전차나 화포에 있어서는 비교 자체가 힘들 정도로 부족한 상황이었고 1,000여 대의 항공기를 동원한 소련군에게 폭격을 두들겨 맞고 있었다. 소련군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 것도 잠시, 잔해 속에서 분연히 일어선 핀란드군 병사들이 믿을 수 없는 투지를 보이며 저항에 나서자 소련군의 공격은 그 자리에서 지지부진, 멀리 나가지도 못하게 된다.
핀란드군 방어 병력 수를 과대평가한 소련군은 일단 전열을 가다듬고 6월 25일, 한 시간이 넘는 폭격과 포격을 가한 후 재공세를 시작하게 되는데, 핀란드 역시 그 사이 증원 병력을 배치한 상황이었다. 탈리(Tali) 방면에 투입된 핀란드 제1돌격포 중대(Stug Ⅲ-3호 돌격포 장비. 게임 내에선 독일 5단계 구축전차로 등장)는 오전 8시경 대로를 따라 전진해 오는 소련군의 ISU-152(‘월드 오브 탱크’내에서 소련 8단계 구축전차로 등장)들과 보병들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양측은 전차전을 벌이게 되고 소련군은 전차 수의 우위를 이용해 사이마(Saimaa) 호수 쪽을 향한 돌파를 계속한다.
핀란드군은 소련군의 기도를 막기 위해 Stug Ⅲ(핀란드군은 전차보다는 구축전차인 Stug Ⅲ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구축전차 중대와 노획한 소련군의 T-28 2대(4단계 중형전차), T-34-76 1941년형 1대(5단계 중형전차), KV-1 중전차(5단계 중전차) 2대, 지휘용 T-50 경전차(4단계 경전차) 1대로 편성된 제1 전차대대의 중전차 중대를 투입했다. 핀란드군 T-34-76의 포수가 바로 레베슬라이호였고, 일부 전차에 기계적 문제가 생겨 중전차 중대는 T-50 1대, T-28 2대, T-34-76 1대만으로 전투를 개시했으며 얼마 후에 수리를 마친 KV-1 1대가 합류해 같이 싸우게 된다. 수적인 열세 속에 핀란드군 중전차 중대는 우거진 숲과 지형을 이용해 도로를 따라오는 소련군에게 근거리 기습을 반복하는 전술을 택했다.
핀란드 전차 박물관이 보유 중인 가동상태의 T-34-76 1941년형.
영화 ‘탈리-이한탈라’에도 등장했다.
■ 불기둥 속으로
오후 3시가 지나 핀란드군 중전차 중대는 사이마 호수 부근에서 아군 트럭 대열을 공격하는 소련군의 T-34-85 전차와 맞닥뜨리게 된다. 먼저 적을 발견한 레베슬라이호는 조준기 안에 적 전차를 가득히 잡았다. 즉시 T-34-76의 주포에서 포연을 뿜고 날아간 포탄은 소련군 T-34-85에 명중했고, 그는 적 전차가 멈출 때까지 수 발을 더 꽂아 넣었다. 이 불시의 공격은 소련군을 크게 당혹하게 한 듯한데, 역시 소련제 엔진 소리에 우군 전차라 생각한 소련군의 착오가 가장 큰 원인이었을 듯하다. 긴장이 풀린 것도 잠시, 핀란드 중전차 중대는 뒤에 수 대의 소련군 T-34들이 더 있다는 정보를 핀란드군 보병에게서 듣고 공격 위치를 잡을 즈음, 고장으로 뒤쳐졌던 KV-1 중전차 1대가 중전차 중대에 합류한다. 곧 들이닥친 소련군 T-34들이 막 합류한 핀란드군 KV-1 중전차에 포격을 가하지만, 증가장갑까지 장착된 ‘스탈린 동지의 보급품’(소련군에게서 빼앗은 것을 희화한 속어)인 노획 KV-1은 이 직격을 튕겨낸다. 그러나 이 핀란드 KV-1의 승무원들은 중과부적의 상황에 사격을 피할 장소를 찾아 후진하다가 겁을 먹고 전차를 버리고 도망치게 되는데다, 주변의 보병들도 변변한 대전차 무기가 없어 소련군 전차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레베슬라이호의 앞에는 적의 T-34들이 다가오며 점점 크게 보이고 있었고, 적의 T-34에서 발사된 포탄이 그의 T-34-76 옆에 착탄, 흙먼지를 높이 날린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에 울리는 듯했지만, 레베슬라이호는 조준선 한 가운데에 적을 넣고 힘껏 발사 페달을 밟았다.
‘쾅!’ 둔탁한 발사음과 함께 포구를 떠난 포탄이 적 전차의 궤도에 명중해 연기를 올리는 것을 확인한 레베슬라이호가 다음 탄을 발사하려는 서두는 순간이었다. “탄피가 끼었어!” 제퇴기에 탄피가 끼어 꼼짝도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젠장!” 즉시 공구로 탄피를 빼보려 두들기고 안간힘을 다해봤지만 꼼짝도 않는 탄피. 전쟁 기간 한 번도 없던 일이 하필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터진 것이다! “일단 숲 속으로 달려!” 조종수에게 외친 그는 전차가 안전 지대에 다다르자 즉시 나는 듯이 전차에서 뛰어내렸다. 긴 전차포용 청소봉을 빼든 레베슬라이호는 포 깊숙이 이를 넣고 밀어댔고, 간신히 탄피가 빠지는 느낌이 들자 다시 탱크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는 다시 전장에 복귀하며 1km 정도 떨어진 호수 근처에 있는 소련군의 T-34를 발견했고, 76mm 전차포가 불을 뿜자 소련군 T-34는 폭음과 함께 화염을 내뱉었다. 뒤이어 좀 더 가까이에 있던 소련군 T-34에 포탄을 쏴 넣어 이 역시 주저앉힌 레베슬라이호. 유스틸라 가도(Juustilankangas) 쪽으로 전진하던 레베슬라이호의 헤드셋에 갑작스레 조종수인 비르타넨(Virtanen)의 긴장한 목소리가 울렸다. “제기랄! 전방에 적 T-34!” T-34-76, 그것도 잠망경 등 외부 관측 장비의 가시 범위가 좋지 않은 1941년형을 탄 레베슬라이호에게는 정작 적 전차가 보이지 않았지만, 비르타넨은 전차를 20m 정도 앞으로 계속 전진시켜 갔다. 그제야 왼쪽 전방 멀지 않는 위치에서 움직이는 소련군 T-34 전차를 발견한 그가 급속 조준 후 발사 페달을 밟자 초 탄이 적 전차에 맞고 작렬하는 것이 보였다.
“장전 완료!” 즉시 발사된 2탄째 역시 명중했고, 이걸로 적의 T-34는 행동불능에 빠진 듯했다. 노련한 전차 조종수인 비르타넨은 즉시 상황을 판단, 더 몰려올지 모를 소련군 전차를 피해 곧장 T-34-76을 후진시켜 전장을 벗어났고, 대활약을 펼친 레베슬라이호의 T-34-76은 다음 목표를 향해 이동했다. 다시 포틴호이카(Portinhoikka)를 향해 나아가던 핀란드 중전차 중대는 200~300미터 전방에 소련군의 ISU-152 구축전차가 있다는 경고를 받고 멈추게 된다. 그것은 고장으로(일설에는 궤도가 끊어져서) 정지한 소련군의 ISU-152 구축전차였던 것. 포탑이 없는 구축전차가 행동불능에 빠질 경우 이만큼 좋은 표적도 없다. 레베슬라이호가 속한 중전차 중대는 당장 이 거대한 ‘추운 나라에서 온 괴물’을 전차포나 판저 파우스트로 부숴 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전차 한 대가 아쉬운 핀란드군이 아닌가. 그와 중전차 중대원들은 결국 ISU-152 안의 소련군 전차병들을 해치우고 이를 노획하기로 하고 전차에서 내려 기관단총과 판저 파우스트로 무장한 채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살금살금 접근했다. 중대장이 연막탄을 묶어 ISU-152 밑에 던지자 연막이 자욱하게 피어올랐고 이에 놀란 소련군 전차병들은 전차의 권총 사격구를 열고 기관단총을 갈겨대기 시작한다. 레베슬라이호와 중전차 중대원들이 차체 위로 뛰어올라 해치를 뜯어 열자 소련군 전차병들은 기관단총을 난사하며 저항했지만, 곧 전부 사살되었으며 ISU-152는 그들의 차지가 된다. 즉시 수리된 이 ISU-152에는 소련군의 붉은 별 표식 위에 핀란드군의 국적 마크가 덧그려져 바로 소련군을 향해 포신을 돌려 싸우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데, 아쉽게도 오래 싸우지는 못하고 격파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결과적으로 레베슬라이호의 활약 및 이런 국부적인 승리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전력 차이 속에 ‘탈리(Tali)’ 지역은 결국 소련군 수중에 떨어지지만, 핀란드군은 ‘이한탈라’ 지역으로 이동해 치열하게 방어전을 속행하게 된다. 그 와중에 몇 번의 위기와 방어선이 일부 밀리는 순간도 있었지만, 재반격으로 이를 탈환하는 격전의 연속이었다. 스타브카(소련군 최고 사령부)는 큰 진전없이 병력이 계속 소모되는데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핀란드군의 9천여 사상자에 비해 배가 넘는 2만 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고민하던 스타브카는 결국 7월 9일, 탈리-이한탈라(Tali-Ihantala)에 대한 공세를 중단하고 병력을 빼내 더 큰 적인 독일군에 대한 공세에 투입한다. 상대방의 희생을 강요한 이 성공적인 방어 전투 덕에 핀란드는 소련과 ‘무조건 항복’이 아닌 ‘화평협정’을 맺을 수 있었으며 이는 다시 한번 핀란드군의 용명을 떨치는 계기가 되었다.
'월드 오브 탱크’에서의 레베슬라이호 훈장
모델이 된 인물이 중형전차로 적 전차를 여러 대 격파한 에이스인 만큼 게임에서도 중형전차로 2단계 이상의 적 전차 최소 2대를 격파한 유저에게 수여된다. 겨우 2대를? 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중형전차로 2단계 위의 전차를 격파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기에 호락호락 받을 수 있는 훈장이 절대 아니다. 훈장의 디자인 역시 그가 탑승했던 노획 T-34-76 1940년 형이 들어가 있으며, 다른 에이스들과 달리 적군에게서 노획한 전차로 전공을 올렸다는 점은 특필할 만하다. |
어떻게 타야 하는가?
사실 레베슬라이호 훈장의 조건을 들으면 격파 조건이 간단해 보인다. 그저 자신보다 2단계 위의 전차 2대를 잡으면 되는 것 아닌가?! 어떻게든 쏴대면 되지 않을까? 라며 전차를 끌고 달려보지만,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다. 먼저 2단계 위의 상대편 전차가 있는 방이 걸려야 할 것이고, 만일 당신이 6단계 미국 중형전차인 M4A3E8 셔먼 전차를 타고 들어간다고 했을 때 레베슬라이호 훈장 수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격파해야 할 전차는 최소 8단계의 Pershing이나 중전차 T34, Panther Ⅱ, Tiger Ⅱ, T-44, IS-3등등이다. 역시 2단계 차이라는 것은 공격력, 방어력에서 상당한 벽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무턱대고 휘파람 불며 달려들 일은 아닌 것이다. 이는 좀더 낮은 단계의 전차에서도 마찬가진데, 단계가 낮아질수록 상대방 상위 단계 전차에게 한두 방에 끔살(…) 당할 수도 있으므로 역시 기본은 ‘기동과 측면 공격’, ‘엄폐와 적절한 시기 보기’가 되겠다.
필자가 받은 레베슬라이호 훈장. 아직 뵐터 훈장이 존재하던 한국 서버가 없던 시절이었다.
필자는 레베슬라이호 훈장을 독일 6단계 전차인 VK36.01(H)로 받았는데, 이때 격파한 전차가 미국 9단계 중형 전차인 M46 Patton, 독일 8티어 중전차인 Löwe였던걸로 기억한다. 분명한 점은 이런 ‘상위 단계 전차를 수대 격파해야 받는 훈장’의 경우, 반드시 이걸 받겠다고 노리고 정면으로 덤비다간 차고로 가버린 자기 전차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대개 중형 전차로 2티어 상위의 중형 전차와 1:1로 회전 기동을 하며 서로 측면을 쏠 경우(서로 내구도 100% 상태) 통계적으로 봤을 때 내가 상대를 격파하자면 6-8발을, 상대는 3-5발을 사격하면 내가 탄 전차를 격파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의 정면을 쏘면 내 포탄은 튕기기만 하고, 상대의 포탄은 송곳같이 쑤셔오는 가운데 어찌어찌 피해를 입어가며 이를 격파했다 해도 내 전차의 내구도가 간당거려 과감한 전투 행동을 하기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무모하다 할 수 있는 정면 일기토(一騎討)보다는 지속적으로 전황을 파악하여 아군 전차에 피해를 주고 있는 상대의 상위 단계 전차를 공격하거나 내구도가 많이 소모된 상대 전차를 매복, 엄폐등을 활용해 저격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필자가 받았을 때도 ‘엘 할루프’ 지도에서 철저히 바위 뒤에 숨은 채 정찰을 위해 언덕을 오르는 상대방 M46 Patton의 궤도를 8.8cm KwK 36/L56 주포로 끊은 후 아군과 함께 사격을 가하다 최후의 일격으로 드디어 이를 격파했다. 그 다음에 아군이 적진을 향해 밀고 올라가는 기미가 보이자 즉시 공격 대열에 동참, 언덕 위에서 아군과 접전중인 상대의 뢰베 측면에 수발을 명중시켜 잡았다. 이때는 상대의 뢰베가 아군 중전차와 교전하느라 바쁜 점을 십분 활용했고 뢰베가 있는 쪽이 아닌 정면과 좌측에 있는 적은 필자를 쏠 수 없는 사각이라는 점을 인식하자 재빨리 앞으로 나가 뢰베에게 사격을 가한 점이 주효했다. 그 후엔 2단계 이상 차이 나는 방에 들어갈 때마다 은근히 레베슬라이호 훈장을 노리고 ‘용감한’(이라 쓰고 ‘무모한’ 이라 읽는다) 돌진도 여러 번 해봤지만, 생각보다 쉽게 손에 넣긴 어려웠다. 역시 이런 상위 단계 전차 격파가 전제 조건인 훈장의 획득에는:
- 철저히 나를 숨기고 상대가 노출할 때를 노린다.
- 내구도가 닳은 적 전차라도 가급적 측/후면을 노린다. 정면을 노릴 경우엔 입사각을 잘 생각해 본다. 2단계 상위의 전차 전면을 쏠 경우 도탄 율이 상당히 높다.
- 적을 피하면서도 항상 상황을 파악해 조금이라도 유리한 기회, 사격할 틈이 보이면 주저 없이 기동해 교전한다.
이런 조건을 명심하고 싸우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럼 오늘도 여러분과 만날 전장을 향해 전속 기어로 전진이다!
플래툰(Platoon) 이준규 기자
※ 위의 내용은 외부의 전문가가 작성한 글로,
워게이밍의 의도가 담겨있지 않은 순수 군사/역사에 대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