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로얄 특집: 실존했던 기상천외 전차들

배틀 로얄 두 번째 스테이지가 이번 주에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더욱 개선된 모습으로 돌아온 배틀 로얄 모드에서는 흥미로운 디자인을 갖춘 5대의 전용 전차를 운용하며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아야 합니다.

전차 개발의 역사를 살펴보면 간혹 통념을 뛰어넘는 디자인의 전차 개발이 시도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역사 이야기에서는 커뮤니티 컨트리뷰터 Stewy가 소개하는 8대의 기상천외 전차를 살펴보겠습니다!


Progvev-T

(출처: http://soviethammer.blogspot.com/2015/01/gasdynamic-trawler-progvev-t.html)

개발 연도: 알려지지 않음
개발 국가: 소련
제작 대수: 1대

헤어 드라이기를 연상케 하는 이 전차는  IX T-54  차체 상단에 미그 15기 제트 엔진을 탑재하여 제작되습니다. 제작 연도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찾을 수 없어 아마 1950 혹은 60년대에 제작되었다고 추측할 뿐입니다. 언뜻 보면 조작된 사진으로 오해할 수 있는 외관의 이 전차는 놀랍게도 지뢰 제거를 위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작동 원리는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미그 15기 제트 엔진으로부터 나오는 열과 에너지로 지뢰를 폭발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였지만 제트 엔진은 의도대로 정확히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제트 엔진을 장착한 전차는 스스로의 엄청난 크기와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고 험난한 지형에서의 기동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오히려 적들의 눈에 띄기 쉬운 공격 목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동 경로에 묻힌 모든 지뢰를 제거한다는 보장 또한 없었습니다.

헝가리도 1991년에 비슷한 디자인의 전차를 제작하였습니다. "Big Wind"라는 별명을 붙인 그것은  V T-34  차체 상단에 두 개의 미그 21기 제트 엔진을 장착했습니다. 앞서 소개된 Progvev 전차와 유사한 개념으로 탄생한 "Big Wind"는 화재 진압을 위한 소방 차량으로 사용되었으며 쿠웨이트 유전 화재 당시 큰 활약을 하였습니다.

Tortuga

(출처: https://www.historicalfirearms.info/post/98095619374/the-venezuelan-tortuga-tank-in-1934-an)

개발 연도: 1934
개발 국가: 베네수엘라
제작 대수: 7대

"Tortuga"를 "전차"로 칭할 수 있다면, 이는 베네수엘라가 최초로 직접 설계 및 제작을 진행한 자국 생산 전차입니다. 이 전차는 콜롬비아와 페루가 아마존 지역을 두고 영토 분쟁을 벌이자 주변국들 간의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탄생하였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콜롬비아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 전차를 제작하였습니다. 

Maracay 공군 기지의 군사 퍼레이드에서 첫 선을 보인 "Tortuga" 전차의 뜻은 돌거북과에 속한 동물 "남생이"입니다. 6 x 4 Ford Model BB 트럭 차체를 기반으로 추가 프레임을 장착하여 보강되었는데 이는 장갑판과 탑승 승무원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승무원이 서 있는 채로 작동시켜야 했던 Mark 4B 7mm 기관총이 돔 모양의 포탑으로 둘러싸여진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특징을 뒤로하고 독특한 외형으로 유명해진 전차입니다. 

Twin 25 Pounder AC3 Thunderbolt

(출처: https://tanks-encyclopedia.com/ww2/Australia/AC3_Thunderbolt.php/)

개발 연도: 1942-3
개발 국가: 호주
제작 대수: 1대

위 사진에서 AC3 Thunderbolt 포탑에 25 파운더가 장착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체 왜 25 파운더를 2대씩이나 장착하였을까요?

이 전차의 탄생은 사실 아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AC3 포탑이 17 파운더의 반동과 상응하는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한 실험에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25 파운더 한 쌍이 하나의 17 파운더보다 더 많은 힘을 만들어내었지만, 당시 호주는 실험에 쓸 만한 충분한 수의 17 파운더를 보유하지 않았기에 즉흥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실험 결과는 성공적이었으며 호주 순항 전차 Mk. 4의 탄생은 이 실험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VI Sherman Firefly 에 17 파운더를 장착하는 것이 더 적합한 것으로 판명되어 개발은 곧 취소되었습니다. 당시 호주와 대치 중이었던 일본이 17 파운더의 관통력이 필요한 만큼의 견고한 전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것도 개발이 중단된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120mm Long Barreled Chi Ha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ype_97_ShinHoTo_Chi-Ha_medium_tank)

개발 연도: 알려지지 않음
개발 국가: 일본
제작 대수: 1 (정확히 알려지지 않음)

당시 일본은 Chi-Ha 전차에 거대한 주포를 장착하는 데에 애착이 있었던 듯합니다. 위 사진은 이 같은 의도로 개발된 전차들 중에서도 가장 베일에 싸인 전차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 전차의 모습이 드러난 영상은 단 하나뿐입니다. 일본군 장교가 주둔지에 있는 여러 무기를 과시하는 장면에서 포착되었지요. 이 전차에 관한 이름은 물론 어떠한 정보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Chi-Ha 차체에 포탑 대신 Type 10 120mm AA 포가 장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차가 왜 기상천외 전차 목록에 포함되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Chi-Ha 차체에 포탑을 없애고 항공모함과 순양함에 장착되는 거대한 주포를 장착한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주포가 발사되면 반동으로 인한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전차가 뒤집혀 버릴 것입니다.

T-34 Concrete

(출처: https://www.warhistoryonline.com/instant-articles/strangest-looking-failures.html)

개발 연도: ~1943
개발 국가: 소련
제작 대수: 2

조작된 사진이 아닙니다. 장갑판 대신 콘크리트로 덮여진  V T-34 입니다. 이 전차는 소련 붉은 군대의 승리를 향한 간절한 염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콘크리트의 두께는 전차 부위에 따라 다양하지만 평균적으로 약 150mm였습니다. 

콘크리트 장갑으로 인해 더해진 무게는 놀랍게도 단지 2.5톤 정도였습니다. 콘크리트 속 전차의 모습은 1941년에 제작된 T-34 그대로입니다. 두 대의 시제 전차가 제작되었는데 두 번째 시제 전차는 측면 배열, 추가 장갑, 줄어든 틈새 크기 등 발전된 모습으로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졌습니다. 

2B1 Oka

(출처: https://www.pinterest.com.au/pin/332210910005295621/)

개발 연도: 1957
개발 국가: USSR
제작 대수: 4

이름하여 2B1 Oka, 월드 오브 탱크 플레이어들이 절대로 전장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가장 강력한 전차일 것입니다. 시제 전차는 1957년에 Kirov 공장에서 설계 및 제작되었습니다. 압도적인 크기의 주포는 마치 차체 전체를 앞으로 기울일 것처럼 보입니다. 

포신 길이는 20미터에 달하며 이는 기존 학교 버스의 약 두 배 정도 길이입니다. 주포 직경은 420mm이며 750kg 무게의 포탄을 최대 45km까지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술 탄도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려는 소련의 결정으로 인해 2B1 Oka 개발은 결국 중단되었습니다

T10 Sherman

(출처: http://panzerserra.blogspot.com/2018/02/sherman-t10-mine-exploder-m4a2-t10.html)

개발 연도: 1944
개발 국가: 미국
제작 대수: 1

아마도 차르 전차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추정되는 T10 Sherman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전차는 지뢰 폭파 및 제거를 위한 원격 조종이 가능했습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앞둔 연합군에게는 전장에 묻힌 지뢰를 제거하는 것이 작전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요인이었습니다. 전차를 이용하면 전투 중 지뢰를 제거하는 과정이 매우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지뢰 탐지 전차에 탑승하여 이를 조종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술자들은 전차 승무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동시에 효과적으로 지뢰를 제거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해결책에 몰두했습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원격 조종이 가능한 T10 Sherman이 탄생하였습니다. T10 Sherman의 거대한 앞바퀴의 압력으로 탐지된 지뢰는 전차가 3.2km의 번개 같은 속도로 그 위를 지나갈 때 폭발한다는 원리였습니다. 원격으로 조종되니 지뢰가 폭발할 때 승무원들의 안전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험 운행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개발 책임자는 T10 Sherman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두 앞바퀴에 동력이 집중되는 구조는 뒷바퀴의 회전 저항을 야기했고 이는 전차의 기동성을 심각하게 저하시켰다.”

Bob Semple

(출처: https://www.learning-history.com/bobs-semple/)

개발 연도: 1940-1942
개발 국가: 뉴질랜드
제작 대수: 3

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40년대 초, 뉴질랜드는 일본에 맞설 수 있는 기갑부대 전력이 부족한 상황을 깨닫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자국 전차 설계 및 생산을 결정합니다. 이렇게 하여 개발자 Bob Semple은 전차 개발에 돌입하게 됩니다.

Bob Semple이 개발한 전차에는 좌우 앞뒤 모든 방향을 향해 있는 총 6개의 303 구경 브렌 기관총이 포탑에 1개, 차체에 5개가 장착되었습니다. 37mm 주포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끝내 장착되지 않았습니다. 차체는 당시 뉴질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PWD caterpillar 트랙터의 차대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Bob Semple 전차가 제작된 주된 이유는 일본 침략에 대비하기 위한 뉴질랜드 군의 사기를 높이는 것이었기에 정작 완성된 전차는 많은 성능 문제가 있었습니다. 큰 결함 중 하나는 기동 중 기어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완전히 정지하거나 언덕을 내려갈 때에만 기어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총 3대가 제작된 Bob Semple 전차는 1941년 4월 26일 Christchurch에서 열린 퍼레이드에서 대중에게 공개되었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했으며 언론은 개발자 Bob Semple을 향한 조롱과 비웃음이 섞인 반응을 보냈습니다. Bob Semple은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이 전차는 적들이 바로 집 앞까지 들이닥칠 위기 속에서 우리가 가진 것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불평하는 대신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무기를 제조해야 했습니다.”

기상천외 전차들을 소개해 준 컨트리뷰터 Stewy님, 감사합니다! Stewy의 Twitch 채널을 팔로우하고 그의 YouTube 채널도 확인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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