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차장 여러분!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우신 선열들의 피와 땀은 해가 지날수록 더욱 깊게 되새겨져야 할 것입니다.
워게이밍은 매년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뜻 깊게 보낼 수 있는 장소를 탐방하여 전차장님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번 시간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구조라는 평가를 받으며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흥남철수작전'의 놀라운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그 극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나보십시오.
길 위의 전쟁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적인 남침 이후 수세에 몰렸던 한국군과 유엔군은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전세를 역전시킵니다. 10월 한국군과 유엔군이 38선을 넘어 압록강까지 다다르자, 유엔군은 추수감사절까지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풉니다. 북한체제에 염증을 느끼던 북한 주민 역시 한국군과 유엔군을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10월 말 중국군의 전격적인 참전으로 수세에 몰린 한국군과 유엔군은 함경도 개마고원 부근의 장진호에서 참혹한 희생을 치르며 후퇴했습니다. 1950년 12월, 중국군의 공세에 유엔군은 결국 철수를 결정합니다. 불과 두 달여 만에 전세가 역전되자 북한 주민들도 흥남을 향해 피란을 서둘렀습니다. 유엔군을 뒤따라야 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피란길에 오른 피란민이 십수 만 명이었습니다.
14,000명을 살린 결단
12월 14일, 흥남부두에서는 병력 10만 명과 차량 1만 7천 대, 35만 톤의 물자를 철수하는 최대 규모의 해상 철수작전이 진행됩니다. 200여 척의 배가 최대 규모의 해상수송작전을 진행할 동안 항공지원과 함포사격도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이 최대 규모의 철수작전에 피란민을 위한 자리는 없었습니다. 살을 에는듯한 추위와 진격해 오는 중국군에 의해 모두가 절망에 빠져 있던 때, 현봉학 당시 미 10군단 고문과 국군 제1군단장 김백일 장군은 미 10군단 알몬드 소장에게 피란 민간인도 승선시켜 달라는 간곡한 요청을 합니다.
끈질긴 설득 끝에 피란민 후송 결정이 내렸습니다. 10만 명의 탈출 작전. 승선 인원이 천 명인 배에 만 여명이 타기도 했습니다.
1950년 12월 23일 아직도 만 여명의 피란민이 있었지만 남아 있는 배는 화물선인 '메러디스 빅토리호' 한 척이었습니다. 군수용품, 승무원을 제하면 메러디스 호에 승선 가능한 인원은 단 60명뿐이었습니다.
메러디스 호의 선장인 레너드 라루는 망설임 없이 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구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구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12월 22일 저녁에 시작된 기적과도 같은 피란민 승선은 다음 날 오전까지도 계속됐습니다.
"환기도 되지 않는
그 밑에서는 돌아눕거나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참으로 슬픈 것이
배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경사로 여겨 산모에게는
따뜻한 차를 대접하는 등
매우 극진하게 대했는데
한쪽에서는
날이 너무 추우니
배에서 아이가 죽어
아이를 면포에 싸서
수장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아버지들이 짐 보따리에
가져오신 엿이 있었어요.
하나를 깨뜨려서 군인들에게 주면 조금 있다가 다시 오라고 해요.
다시 가면 누릉지하고 밥을 줬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갔다
내려왔어요.
동생이 9살이었는데
밥을 줘도 너무 배가 고파
'누나 다음에 피란갈 땐
밥 많이 해가자'고 했어요.
지금도 그 여운이 머릿 속에 남아있어요"
14,000여명을 태운 메러디스 호는 23일 흥남을 떠납니다. 화물선인 메러디스 호는 난방도 되지 않았으며 빽빽이 탄 피란민들로 인해 발 디딜 틈조차 없었습니다. 물도 없어 굶거나 멀미로 정신을 잃는 사람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이 비극적이고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산모들은 아이를 낳으며 삶을 이어갔습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
메러디스 호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부산항을 거쳐 3일간의 긴 항해 끝에 거제도에 도착합니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메러디스 호와 레너드 라루 선장, 승무원들을 표창했으며 메러디스 호는 지금까지 가장 많은 사람을 구한 배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습니다. 이후 매러디스 호는 1971년 현역에서 은퇴한 후 1993년 중국에서 고철로 분해되었습니다.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으로 국군과 유엔군은 상당한 전투력을 보존해 다음 단계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군사적 의의 외에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 불리는 흥남철수작전은 전쟁의 참상 속에서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일깨워준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소개한 흥남철수작전을 통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셨길 바랍니다.
내년 호국 보훈의 달에도 더욱 뜻깊은 방문기를 들고 전차장님께 찾아오겠습니다.
위 내용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 전시 '1950 흥남 그해 겨울'을 토대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