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제거 전차의 탄생 #1

때는 제2차 세계 대전, 독일군의 대전차 지뢰로 인해 막심한 피해를 입고 있던 영국군은 전장의 골칫덩어리 지뢰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방안을 모색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하여 탄생한 지뢰 제거용 전차!

독특한 외양의 지뢰 제거 전차들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탄생하였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지뢰 제거 장비가 장착된 Sherman Crab Mk II>

영국이 전차 개발 경쟁에서 밀려난 1위를 재탈환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미국 Sherman 전차는 제2차 세계 대전 기간 영연방 국가에서 생산한 최고의 전차로 등극하였습니다. Sherman 전차는 영국군의 상황에 맞게 종종 개량되었으며 이는 독특한 외양의 전차를 탄생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외관의 전차는 바로 Sherman 전차의 차대를 기반으로 제작된 "Sherman Crab"일 것입니다. 

사막에서 벌어진 지뢰와의 싸움

독일군이 설치해 놓은 대전차 지뢰로 뒤덮인 좁은 지형의 전장을 통과하며 공격에 임해야 했던 영국군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전차는 이제 적군의 손쉬운 먹이가 된 것입니다. 지뢰를 이용하여 영국 전차에 맞선 독일군의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종전 후 실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 약 $200,000의 영국 전차 한 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1,942개의 지뢰(총 $32,000 상당)가 사용되었습니다. 지뢰에 의해 손상된 전차 중 25%만이 수리 불가능한 파괴를 입었지만 사실 전투는 매분 매초가 승부를 결정하는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기에 영국군은 꽤 커다란 손실을 입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포탑이 제거된 독특한 외양의 영국 최초의 지뢰 제거 전차 Matilda Baron>

수집된 정보에 따르면 이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전쟁 초기 독일은 1년에 약 150,000개의 대전차 지뢰를 생산하였지만 1944년에 들어서면 이 숫자는 2배로 증가합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독일군은 총 25,000,000개의 지뢰를 전장에 투입했습니다. 지뢰에 의한 손실도 더불어 증가하였습니다. 1941년에 지뢰로 인해 손상을 입은 영국 전차 중 단 7%만 완전히 격파되었다면 1942년에는 17%에 도달하였고 1943년에는 23%를 기록하였습니다. 이는 지뢰에 의해 1차적인 손상을 입은 후 대전차 또는 야전포에 의해 완전히 격파된 전차는 제외한 수치입니다. 전문가들은 저러한 방식으로 격파된 전차 수까지 포함한다면 지뢰로 인한 손실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연합군 전차에게 영구 손상을 입힌 원인 중 지뢰는 20%를 차지했으며 이 수치는 작전이 펼쳐진 지역에 따라 10%에서 45%까지 다양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독일군의 지뢰는 연합군 측에 상당한 손실을 안겼다는 것입니다. 

영국군은 곧 이 골치덩이인 지뢰에 맞설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39년 영국은 전차 정면에 특수 "탈곡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안했습니다. 원리는 간단했습니다. 회전축에 추가 달린 무거운 사슬이 땅에 부딪히며 지뢰에 닿아 전차로부터 안전한 거리에서 지뢰가 폭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면에 지뢰 제거용 사슬이 장착된 전차 "Baron">

IV Matilda  전차에 이와 같은 장치를 도입하는 것으로 실험은 시작되었습니다. "Matilda Baron" 지뢰 제거 전차가 제작되었으며 1942년에는 조금 더 단순한 디자인의 "Matilda Scorpion"이 제작되어 실제 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Matilda Scorpion"의 생산 작업은 1943년 중반에 중단되었습니다. 당시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Matilda 전차가 전선에서도 거의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Sherman 차체를 이용한 Scorpion 지뢰 제거 전차를 완성하게 됩니다. 

Sherman 차제를 기반으로 제작된 Scorpion 지뢰 제거용 전차의 회전축은 지상에서 1.22m 높이로 전차 정면으로부터 2.1m 앞에 장착되었습니다. 회전축에는 1.93kg 무게의 긴 쇠사슬이 달려있었습니다. 회전축을 최대 125-135rpm으로 회전시키는 두 개의 모터는 전차 외부에 장착되었지만 전차 내부에서 조종되었습니다. Sherman Scorpion의 무게는 33,660kg에 달했습니다. 

Scorpion 지뢰 제거 전차에 설치할 두 가지 종류의 사슬로 실행된 시험을 통해 땅을 파헤치는 과정이 단단한 지형보다 모래 지형에서 더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험은 영국에서 설계된 사슬들로 이루어졌습니다. 각 사슬은 더 무거워져 장착된 사슬 개수를 42개에서 36개로 줄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 10-12cm 깊이에 묻힌 지뢰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뢰 제거용 전차 Sherman Lobster>

사슬 대신 밧줄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되었지만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대안으로 드러났습니다. 한 시간 동안의 실험 후 42개 중 16개의 밧줄이 떨어진 것입니다. 결국 영국식 디자인의 사슬을 더욱 가볍게 제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결론지어졌습니다. 실제 지뢰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Scorpion은 10개의 대전차 지뢰를 파괴한 반면 3개의 사슬만이 완전히 파괴되었고 5개는 상당히 손상되었으며 7개는 경미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회전축에서 두 군데의 함몰이 발견되었지만 작동에는 이상이 없었으며 모터의 기어도 손상되지 않았습니다.

1943년에는 또 다른 지뢰 제거용 시제 전차 Pram Scorpion이 제작되었습니다. Sherman 전차 정면에 사슬이 달린 큰 회전축이 장착된 것은 그때까지 개발되었던 지뢰 제거용 전차와 같았지만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전차 바퀴에 의해 회전축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는 회전축과 사슬의 회전 속도가 전차의 속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요. 

회전축을 구동하는 추가 엔진을 Matilda에 장착하는 것보다 차체가 더 큰 Sherman에 추가 엔진과 지뢰 제거용 부속 장비를 장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결론지어졌습니다. "Sherman Lobster"라는 별명을 붙인 시제 전차가 제작되었는데 이는 그때까지 제작된 "Baron"과 "Scorpion"보다 훨씬 더 성공적인 실험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곧 "Lobster" 전차의 개량형이 탄생하였는데 "Crab"으로 명명되었습니다. 이 전차의 무게는 34.2 톤이었으며 Sherman Scorpion보다 더 큰 외관을 지녔습니다. "Baron" 전차와 달리 외부 모터가 따로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셀 수 없는 실험과 개발 과정을 거처 결국 전장에 투입되기로 결정된 전차 디자인은 "Crab"이었습니다. 

<전장에 투입된 Sherman Crab>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