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와 포르쉐가 전차 개발에 참여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전차와 경주용 자동차 개발의 역사는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돌아온 위대한 레이스 기념! 아래에서 최고의 속력을 향한 전차 개발자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보십시오.
크리스티 전차
경주용 자동차와 전차 간의 연관성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크리스티 현가장치를 개발한 존 월터 크리스티(John Walter Christie)일 것입니다. 그는 엔지니어로서 전차 개발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경주에서 레이서로도 활동하였습니다. 그는 전륜구동과 거대한 엔진을 탑재한 차량을 등장 시켜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레이스에 대한 열정은 그를 커다란 위험으로 몰고 간 적도 있었는데 1907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경주에서 벌어진 사고로 인해 왼쪽 손목, 눈, 허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의사는 그가 시력을 잃거나 평생 불구로 살아갈 것이라고 진단할 정도였습니다.
1910년대 후반, 크리스티는 전차와 자동차의 빠른 성능을 결합한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하여 20년대 말에 전차 한 대를 세상에 선보입니다. 바로 최고 속도를 향한 크리스티의 집념이 탄생시킨 공수전차 M-1932이었습니다. 이 전차의 특이한 점은 이론상 스스로 이륙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는 것입니다.
그의 아이디어에 따르면 전차 중앙은 복엽기 (날개가 위아래로 2쌍씩 달린 비행기) 구조로 이루어지고 일종의 꼬리 역할을 하는 긴 철근 구조물이 뒤에 달렸습니다. 또한 2개의 날로 이루어진 프로펠러가 전차 지붕에 부착되었습니다. 프로펠러는 전차 엔진 구동 시스템에 의해 조절되며 이는 착륙 후 차체가 일반 전차처럼 구동하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설계는 전례 없는 전차의 이동성을 보장하고 적진에 바로 투하되어 매우 효율적인 후방 공격 작전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궤도를 탑재한 이 전차는 테스트에서 최대 속도 96km/h를 냈으며 바퀴를 탑재한 버전은 무려 최고 속도 190km/h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이때 M-1932가 기록한 비공식 전차 최고 속도 세계 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당시 경주용 자동차보다 더 빠른 속도였습니다.
하지만 크리스티가 고안한 이륙전차 M-1932는 실제로 탄생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빠른 전차를 개발하라
크리스티가 추구한 빠른 속력을 자랑하는 전차가 실제로 만들어져 전장에 투입되었는데 바로 구축전차 M18 Hellcat입니다. 이 전차는 경주용 차를 생산하였던 자동차 제조회사 제너럴 모터스(GM)의 뷰익(Buick) 사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구축전차 Gun Motor Carriage M18, Hellcat>
2차 세계 대전 동안 군수용 차량을 생산한 뷰익의 M18 Hellcat은 이들의 주요 생산품이었습니다. 헬캣은 또 다른 자동차 제조사인 제너럴 모터스의 올즈모빌(Oldsmobile)에서 생산된 주포를 탑재하였습니다.
M18 Hellcat은 2차 대전 당시 투입된 모든 미군 전차 중 80km/h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였습니다. 핼켓의 빠른 속력은 때때로 색다른 이벤트에 활용되기도 했는데 경주마와 레이스를 벌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색 이벤트로 인해 벌어들인 수익은 군부대 운영 지원 자금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Mouse 전차의 개발
오늘날 유명 자동차 브랜드 포르쉐(Porsche)의 아버지라 불리는 페르디난트 포르쉐(Ferdinand Porsche)는 경주용 자동차 개발사에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포르쉐는 자신의 브랜드를 설립하기 오래전부터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와 오토 유니언(Auto Union)이 경주용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1차 세계 대전의 패배 이후, 독일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독일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자 했던 히틀러는 1937년에 경주용 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의 T80 (Black bird, 검은 새'로도 알려짐)의 개발을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승인했습니다. 당시 세계는 자국의 명예를 걸고 더 빠른 속도의 경주용 차량 개발 경쟁에 한창이었습니다. 6개의 바퀴를 장착한 T80은 최고 속력 기록을 갱신하기 위해 특별 제작되었는데 나치 독일의 주력 전투기 매서 슈미트 BF 109에 탑재된 항공기 엔진의 개량형인 DB 603을 탑재하였습니다. 이 엔진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T80의 차체 부품과 디자인 개발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T80은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개발에 참여하여 예상 속도는 무려 750km/h로 추정되었지만, 실제 주행은 제2차 세계 대전 발발로 인해 이뤄지지 못했고 현재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페르디난트 포르쉐에게 있어서 빛을 보지 못하고 끝난 T80 개발 경험은 훗날 Maus의 개발 계획의 바탕이 됩니다. 초중전차 Maus에 탑재한 엔진이 바로 T80에 탑재한 항공기 엔진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엔진이었습니다.
<포르쉐에서 생산한 초중전차 Panzerkampfwagen VIII Maus>
현재까지 제작된 전차 중 가장 무거운 전차인 Maus 전차는 당연히 레이싱 트랙에서 활약할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이 전차에 장착된 엔진은 1,080마력짜리 하이브리드 파워 팩으로서 오늘날의 포르쉐 하이브리드 슈퍼카 918 스파이더(918 Spyder)에 장착된 엔진의 시초입니다.
전차 개발에 뛰어든 자동차 제조사
전시 상황에서 자동차 제조사가 전투용 전차를 제작한 예는 비단 독일 뿐만이 아닙니다. 크리스티 전차의 후손으로 볼 수 있는 일부 순항 전차들은 영국 모리스(Morris) 공장에서 생산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러한 상황은 계속되어 원래 경주용 차량을 제작하던 알비스(Alvis Cars) 사는 장갑차 FV601 Saladin을 개발하고 냉전 시기에 영국 기갑전력의 주요 전투 차량들을 생산하게 됩니다.
60년대 초 영국 군사령부는 정찰용 전차 개발 계획에 착수합니다. 최고 속력 80km/h의 전차를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개발 과정에서 여러 가지 기술적인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특히 핵심 부품인 엔진이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었습니다. 개발자들은 곧 경주용 자동차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습니다. 여러 번의 테스트 끝에 탄생한 정찰용 경전차 GSR 3301 CVR (T), FV101 Scorpion, 정찰 장갑차 FV107 Scimitar에는 60년대 영국 스포츠카에 장착되었던 4.2리터 6기통 재규어 XK 엔진이 사용되었습니다.
FV101 Scorpion은 개발되었을 당시 세계 대전 이후 생산된 경전차 중에서 가장 큰 차체와 빠른 속력을 자랑하였습니다.
포뮬러 1이 가져온 기술 혁신
오늘날 포뮬러 1은 수백만 명의 관중이 환호하고 수십억 달러의 기술 개발 비용이 오가는 엄청난 규모의 국제 자동차 프로 레이싱 대회로 성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액티브 서스펜션, 모노코크 바디, 탄소 섬유, 리어윙 등 자동차 제작 기술에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영국의 경주용 자동차 제조업체인 로터스(Lotus)의 창립자 콜린 채프먼 (Colin Chapman)은 50년대에 동명의 포뮬러 1팀을 설립하고 고급스러운 차량 디자인과 74번의 GP 우승, 7번의 컨스트럭터 챔피언쉽을 차지하며 권위 있는 팀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콜린 채프먼이 고안한 액티브 서스펜션 기술은 1983년 로터스 92에 처음 쓰인 이래로 오늘날은 경주용 자동차뿐만 아니라 일반 자동차에도 탑재됩니다.
전차 개발자들은 이 새로운 서스펜션 기술의 혁신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로터스 엔지니어링과의 기술 협력이 로터스 액티브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1992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승차감이 개선된 서스펜션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포뮬러1 세계에서 탄생한 액티브 서스펜션 기술 덕분에 Scorpion 전차는 거친 지형에서 더 빠른 속도로 주행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