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특집] 위장의 원칙!

전차장 여러분! 

위장은 어떻게 탄생하였을까요? 

적의 눈을 피하고자 고안된 위장이라는 개념은 과학자, 기술자, 심지어 예술가까지 동원되어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이번 위장 특집에서는 완벽한 위장을 하기 위한 조건과 실제 역사에서 적용되었던 위장, 그리고 월드 오브 탱크 게임 내에서는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위장의 필요성이 대두되다

붉은색과 어두운 카키색의 과거 영국군 군복

수세기 동안 군인들은 전장에서 밝은 옷을 입었습니다. 광활하게 펼쳐진 들판, 언덕, 때로는 해변에서 적과 한데 엉키어 치열한 전투를 벌일 때 눈에 띄는 색의 군복은 피아 식별에 효과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총이 개발된 후 5백 걸음 떨어진 곳에서도 적을 공격할 수 있게 되자 밝은색의 군복은 오히려 엄폐한 적의 타겟이 될 뿐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군복은 현대의 보편적인 얼룩무늬 전투복으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조로운 색으로의 변화

영국군은 19세기 말 보어전쟁 때 적과 아군 모두가 총기를 사용하는 전투에서 붉은 군복을 입는다는 것은 적에게 목숨을 내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이들은 곧 새로운 색인 카키색을 군복에 도입하고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들도 점차 어두운 색상으로 변화를 꾀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군은 1차 세계 대전까지 눈에 띄는 붉은색과 파란색을 고집했습니다.

하지만 적으로부터 형체를 숨기기에는 어두운 단색도 커다란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풀과 꽃이 우거진 자연 풍경에서 실루엣이 뚜렷한 단색 반점은 오히려 눈에 잘 띄기 때문입니다. 또한 좁은 지형이라도 환경과 기후에 따라 매우 다양한 자연경관과 색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내린 논리적 결론은 주변 경관의 다양한 색채와 조화가 잘될 뿐만 아니라 육안으로 봤을 때 주변에 잘 스며든 것처럼 전투병의 실루엣을 변형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무늬와 색깔로 구성된 패턴이었습니다.

이러한 다색 패턴은 프랑스어로 'camouflage' 즉 '위장'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무늬의 형태, 크기, 색 구성에 대해 '위장 패턴'과 같은 특별한 용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소련의 위장 무늬 'Deciduous Forest', 1942년

1차, 2차 세계 대전 동안 위장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여러 나라는 특수 부서, 학교, 기관을 설립하고 시각 인지 원리에 따라 인간이 어떠한 방식으로 사물을 구분하여 인식하는지에 집중했습니다. 예술가들도 위장 연구에 투입되었는데 입체파, 인상파, 전위 예술가들은 위장에 쓰인 꽃무늬를 탄생시켰습니다.

예술가이자 선원었던 노먼 윌킨슨 (Norman Wilkinson)에 의해 개발된 선박용 위장. 형태를 왜곡시켜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대즐(dazzle) 위장이 적용된 선박의 모습. 

위장 기술의 개발은 그리 쉽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위장의 품질과 개발 비용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다양한 지형에 걸맞은 여러 가지 형태의 위장 개발은 불가능했습니다. 대신 모든 지형에 대해 적용 가능한 일반적 규칙을 고안했는데 위장 패턴은 사물의 윤곽 즉, 실루엣을 흐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일반적으로 쓰이는 위장 패턴은 숲이 우거진 지역, 사막, 겨울 풍경으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위장 체계는 월드 오브 탱크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전차와 위장

자, 이제 본격적으로 전차 위장에 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전차를 위장을 입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차의 커다란 차체와 자연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직선으로 이루어진 전차 형태는 위장을 더욱더 힘들게 하는 요소들입니다.

과학적 원리에 입각하기보단 직관적으로 적용된 1차 세계 대전 기간의 위장은 커다란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1차 대전과 2차 세계 대전 초기에 사용된 가장 인기 있었던 줄무늬 위장은 어둡고 밝은 줄무늬가 교차하는 패턴으로서 전차의 형태를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눈에 띄게 했습니다. 결국, 이 줄무늬 위장은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줄무늬 위장이 적용된 소련 경전차 T-26

곧 효과적인 위장을 위해서는 대비되는 색상과 전투 지역 풍경과 비슷한 색상이 쓰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또한 위장 무늬가 너무 세밀하게 표현돼서는 안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장갑에 나무와 덤불을 세세하게 그린 전차가 숲이 우거진 지역에서 전투를 치른다면 위장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차가 활약하는 전투는 대부분 시야가 넓게 트인 지역에서 벌어집니다. 따라서 이렇게 세밀하게 그려진 위장은 오히려 적군에 눈에 띄는 반대 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나무와 덤불 위장이 적용된 프랑스 중전차 B1 bis

결과적으로 2~3가지 색의 비대칭 무늬를 기본으로 한 위장 패턴이 전차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기본 위장 패턴은 현재까지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장색은 전투가 일어날 지형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배경이 될 자연경관으로부터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효과적인 위장을 위한 지침서

위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색상을 단순히 입히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원리에 기반하여 선택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전시 상황에서 전차 승무원들이 위장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자세한 위장 지침서도 만들어졌습니다. 아래는 1930년대에 쓰인 소련 적색 군의 훈련 메뉴얼에서 발췌된 전차 위장 지침서입니다.

위장의 구불구불한 무늬는 크기가 달라야 합니다. 만약 무늬가 길어지게 될 경우 위장의 대상이 되는 물체의 윤곽선과 평행하게 배치되어서는 안 됩니다. 비슷한 크기와 색상의 무늬를 가까이 배치하는 것 또한 금지됩니다.

전차의 모든 평평한 표면은 각각 다른 색상으로 칠해져야 합니다. 또한 색상이 있는 무늬가 경사진 표면에 입혀질 경우 무늬 상단이 중앙에 배치되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여러 각도로 이루어진 표면은 가능한 한 어두운색으로 칠해져야 합니다. 반대로, 그늘진 표면은 더 밝은 색상으로 칠해져야 합니다. 무늬가 두 면의 교차하는 지점에서 끝날 경우 의도치 않은 직선이 나타날 수 있기에 무늬가 끊어지지 않고 인접한 면에서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삼색 위장이 적용된 소련 중형전차 T-34

큰 무늬는 중거리에서 위장 효과를 잘 발휘하지만, 장거리와 단거리에서는 그 효과가 떨어집니다. 독일군은 근거리에 있는 전차가 눈에 잘 띄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커다란 무늬에 다른 색상을 지닌 작은 점무늬를 배치하여 전차가 얼룩덜룩해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얼룩덜룩한 삼색 위장이 적용된 독일 중형전차 Panther

한편으로 더 어두운색으로 무늬의 윤곽선을 그린 위장이 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기법은 색이 뚜렷하게 대비되고 오히려 무늬를 더 강조하기에 커다란 위장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 방법으로 전차를 칠하려면 더 많은 인력과 노력이 필요로 했습니다.

윤곽선이 강조된 위장이 적용된 미국 M3 중형전차

제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위장의 기본 원칙에 따라 수많은 패턴과 무늬가 탄생하였습니다. 비록 국가별, 군대별로 자신들만의 위장 지침과 규정을 만들었지만 결국 비슷한 내용으로 결론지어졌으며 전쟁이 끝난 후 그동안 개발된 위장의 다양한 기법은 더욱 자세히 연구되어 새롭고 보다 효과적인 위장 탄생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위장의 필수 원칙이 있습니다. 바로 주변 지형의 여러 가지 시각적 특수성을 고려한 유사성과 단순성입니다.

 

다음 달에는 사막 전투에서 쓰였던 실제 위장과 게임에서 구현된 위장을 비교하는
위장 특집 - 사막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출처

  1. Kolomiets M., Moshchansky I. Camouflage of Red Army tanks 1930–1945.
  2. Zaloga, S. Blitzkrieg. Armor Camouflage and Markings, 1939-1940.
  3. White, BT British Tank Markings and Names.
  4. Mesko, J. US Armor Camouflage and Markings World War II.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