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기 #4] 미국, 하와이(진주만 기념관)

전차장 여러분, 

방문기 모집 이벤트에서 당선된 10개의 방문기를 공개합니다! 

당선된 방문기를 통해 여름 휴가철 동안 전차/군함 및 전쟁사와 관련된 장소도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네 번째 방문기는 GoYangYee_holic 님의 '미국, 하와이 (진주만 기념관)'입니다. 


미국, 하와이 (진주만 기념관)

많은 군과 관련된 박물관, 기념관, 명소 등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있어 쉽게 방문할 수 있지만 동시에 아직도 방문이 어려운 장소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세계적인 관광지인 미국, 하와이주의 오아후섬에 있는 World War II Valor in the Pacific National Monument(진주만 기념관)는 약간 특별하지 않을까 합니다.

진주만 기념관은 주요 관광지 중 하나로 여러 전시관을 볼 수 있고 바로 옆 진주만에 중요군사시설인 미 태평양함대사령부와 잠수함사령부도 덤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외부에는 미군의 장비는 물론이고 일본군의 유인자폭어뢰, 카이텐 등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실내 전시관은 USS 애리조나 기념관을 포함해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도 활약한 USS BowFin 박물관, 태평양 항공 박물관 등도 함께 관람할 수 있습니다.

그중 먼저 미 해군이 가장 많이 건조한 잠수함급인 발라오급 잠수함 USS Bowfin을 관람했습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미 해군을 생각하면 항공모함의 활약만 떠올리기 쉽지만 잠수함 역시 다양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본연의 임무는 물론이고 승조원을 육지로 상륙시켜 파괴 작전을 벌였다는 기록을 보면 “당신들이 못하는 것이 뭐냐”고 묻고 싶을 만큼 미 해군의 잠수함도 대단했습니다.

Bowfin 외관을 보면 지금의 잠수함과 다른 점을 볼 수 있습니다. 잠수 기능을 더 높여 줄 수 있도록 외관 디자인에 신경 쓰던 시대였기에 날렵한 선체와 넓은 갑판, 함포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지금과는 다른 외관의 잠수함을 보며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관으로 들어가면 매우 좁아 보이지만, 의외로 넓은 내부였습니다. 단순 크기나 배수량, 승조원의 수로 계산한다면 Bowfin은 우리 해군의 잠수함들보다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 어뢰 위에도 침대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전시관에서 핵잠수함의 어뢰실에 대해 “우리 어뢰맨들은 여기서 쉬고 합니다”라고 설명을 들은 바 있습니다. 한국의 209, 214급 잠수함에서도 예비 어뢰 저장고위에 승조원 침실이 있는 것을 보면 의외로 잠수함의 전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관람을 위해 잘 정리되었을 뿐, 실제 수십 명의 인원과 그들의 짐, 식량도 적재하여야 했으니 매우 비좁았을 것입니다. 지금의 잠수함과 달리 지속적인 잠항이 불가능하니 파도가 많이 치는 날에도 피할 수 없었으며 높은 습도와 해수 온도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더 피곤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미 해군은 승조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려고 아이스크림 기계를 함내에 설치했다고 합니다. 이게 얼마나 사기진작에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것보단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BowFin 관람을 마치고 USS 애리조나 기념관으로 향하는 길은 소형 페리를 타고 이동합니다. 그 이유는 기념관의 위치가 애리조나 함이 침몰한 수면 위에 있기 때문이죠. 진주만 공습 당시 일본군의 공격으로 탄약고가 유폭되어 1,100명의 전사자와 함께 진주만 항내에 침몰했던 곳입니다.

 USS 애리조나 기념관에 도착하니 다른 곳과는 달리 조금은 엄숙한 분위기였습니다. 순백색 기념관 안쪽에 보이는 당시의 전사자의 명단과 함께 맑은 바다 아래로 보이는 애리조나의 선체가 보입니다. 그리고 침몰된 애리조나 함에서 아직도 흘러나오는 연료유(Black Tears)를 볼 수 있습니다.

저 멀리 진주만 공습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USS 애리조나 기념관과 일본의 항복문서가 작성되어 2차대전과 태평양 전쟁의 끝을 낸 미주리 함을 바라보고 있자니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장면이었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필자는 00명의 전사자가 발생한 장소에 기념관을 건설하여 자국민은 물론이고 외국인(심지어 해당 전함을 침몰시킨 나라의 국민들까지)들도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조성한 경우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시기가 아니면 관광의 목적으로 쉽게 가기는 힘들 정도로 엄숙한 분위기가 드는 우리의 기념관과 이곳은 분명 다가가기 쉬운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활발한 관광지라 불러야 할지 아니면 엄숙한 기념관이라도 불러야 할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죠.

그러나 과거의 아픈 기억을 확인하고 잠시나마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좋은 기회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다면, 엄숙함 뒤에 조금은 가벼운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치: 1 Arizona Memorial Pl, Honolulu, HI 96818 USA

글/사진: GoYangYee_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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